정부 지자체 관계자 600여명, 주민 참여는 미미
섬 주민 단체, 향후 행사에 주민 의견 반영 촉구

사단법인 한국섬중앙회 회장권한대행 임영태사단법인 연안환경보전연합회 이사장
사단법인 한국섬중앙회 회장권한대행 임영태사단법인 연안환경보전연합회 이사장

2023년 제4회 섬의날 in 울릉도 행사 취소는 예견된 일이었다.

8일 경북 울릉군에서 개최 예정이던 ‘제4회 섬의 날’ 행사가 태풍 ‘카눈’으로 인해 무산됐다.

이번에 개최될 예정이었던 섬의 날 행사는 경북 울릉군에서는 최초로 개최되는 국가 행사로 울릉군 소재 민관은 성공적 개최를 위해 특별히 심혈을 기울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행안부의 안일한 행사 준비에 대해서 논란이 일면서 향후 행사에 섬 주민의 의견을 반영해야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받는 상황이다.

당초 울릉군은 섬의 날 행사에서 행정안전부, 해양수산부 등 4개 중앙부처와 8개 광역지자체, 섬을 보유한 36개 시군 등에서 600여명의 내외빈이 울릉도를 찾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러나 주최측 울릉도의 주민 참여는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으나 36개 시군의 섬주민 참여는 미지수였다. 

행안부에서도 행사 참여를 희망하는 군민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활동을 진행했으나 실제 참여로 이어질 수 있는 시스템적인 적극적인 지원은 없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최근 참석이 예상되는 지자체에 문의 결과 공무원들의 참여는 해당 지자체의 필요에 따라 공무원수도 편차가 컸다. 섬 박람회 등 관련 행사를 준비하는 지자체는 홍보 목적으로 참여 공무원 수를 늘렸고, 일반적인 행사 수준으로 받아들인 지자체는 참가인원을 3~5명 정도로 꾸렸다.

 행안부에서 독려했다는 섬주민들의 참석과 관련해서는 대부분의 지자체가 관련 예산이 마련돼 있지 않아 섬주민의 참여를 애초에 감안하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한 지자체에서는 “섬주민의 참가비가 예산에 책정돼 있지 않기에 굳이 참가를 희망한다면 개인 자격으로 운임 및 숙박비 등을 지불하고 참가하면 된다”는 다소 무책임한 대응을 보인 지자체도 있었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다.

이를 반영하듯 실제로 섬주민 참석 지자체는 군산시 106명, 보령시 35명, 제주시 31명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지자체에서 섬 주민 참여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마저도 군산시는 한국 섬진흥원이 진행 중인 ‘섬 특성화 사업’과 관련해 울릉도 견학을 겸한 사업성이 짙은 방문이었고, 보령시는 내년 개최지로서 ‘행사기’ 수령을 위한 참석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현상은 섬의 날 행사를 전국의 섬주민이 주인공이 아닌 개최지 섬주민만을 위한 행사로 인식하고 있고, 전국 섬주민을 위한 배려가 없었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국가 행사 개최라는 호재에도 불구하고 뒷맛이 씁쓸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대한민국 섬 주민 150만 명(행안부 기준), 3,358여 섬(해수부 기준)의 자원으로서 여러 가지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또한 섬 주민의 복지향상과 소득증대를 위해 수년간의 섬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정부 주도하에 국립 연구원 또는 유관 기관의 설립을 염원 해왔다.

마침내 2018년 2월 28일 국회에서 서삼석 의원 등 여러 섬 지역 국회의원들이 발의하여 국가기념일 ‘섬의 날’을 제정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섬 주민으로서 감사한 일로 받아들이고, 섬 지역의 애로 사항을 해결해주리라 믿었고, 강력한 국가 지원이 기대됐다. 

섬 관련 지자체인 전남도와 학계, 유관 단체에서 뜻을 모아 8월 8일을 국가 기념일인 섬의 날로 선정했다. 섬 문화, 역사 등을 기반으로 섬 주민이 주체적으로 섬의 날을 개최하고 계승 발전시켜 나가는 것으로 확정지었다.

희한하게도 국가기념일 ‘섬의 날’을 지정함에 있어서 어찌된 일인지 처음부터 섬 주민들은 배제됐다는 의심을 피할 수 없었다. 

섬의 역사와 문화를 온몸으로 안고 사는 섬사람들을 부르지도 않았고, 섬주민들을 위한 행안부 산하 단체가 만들어졌는데도 정작 섬 주민들은 참여시키지 도 않았다. 관청, 학자, 유관단체들이 주도하여 섬의 날이 지정됐고, 행사 내용 및 주최, 주관 업무도 그들에 의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몇 번이고 섬 주민 및 단체에서 섬의 날 주인공으로서 참여하게 해달라고 의견 개진을 했으나 번번이 무시당하고 배제 됐다. ‘섬의 날’이 국가기념일로 제정됐으나 만년변방이었던 섬에 대해 무시, 차별, 소외는 여전하였다.

관 주도로 추진된 ‘2023년 제4회 경북-울릉도 섬의 날’의 취소는 예견된 결과다.

‘섬의 날’이 제정된 이후 섬 주민들은 한결같이 말했다. 8월 8일은 대한민국 2천 만 명 이상이 여름 바캉스를 즐기는 극성수기로 그 대상이 바다와 섬이며, 바다와 섬에 사는 섬주민들은 연중 가장 바쁜 시기이며 여름 생업의 절정에 달하는 시기인 만큼 ‘섬의 날’ 행사 참여나 지원을 할 수 없다고.

섬 주민들의 반응은 대부분 같은 맥락이다. ‘도대체 누구를 위한 섬의 날인가!’ 라는 것이다. 장마, 성수기, 태풍으로 이어지는 기간은 섬을 지키고 관리하고 영업하는 섬 주민들의 가장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섬의 날’ 주체가 섬 주민, 섬이라고 한다면 최소한 섬 주민들의 얘기를 들어야 한다. 이번 울릉도 섬의 날 행사 취소는 섬에 대한 무지에서 온 예견된 취소 사태였다.

국가기념일 ‘섬의 날’은 주최, 주관에서 번지수가 없는 기관, 단체가 참여한 정부-지자체 주도의 관 행사로 애초부터 섬 주민의 참여를 기대할 수 없는, 주객이 전도된 행사였다.

섬의 날이라면 당연히 섬 주민과 주민 단체가 주관이 돼야 옳다.
2018년 2월 28일 국회에서 섬의날 제정 정신에도 그 목적과 취지에서 대한민국 섬 주민, 섬을 위한 국가기념일로 제정했으며, 행안부에서 매면 8월 8일 섬의 날로 지정했을 때도 그 주최는 섬 주민, 섬사람들이 대상이었다.

행안부 산하 섬 관련 등록인허가 단체는 5개 단체가 있으면 그 중에서 섬주민 단체가 2개가 설립돼 있다. 그런데도 어떤 이유인지 정작 섬의 날 주인공인 섬 주민-단체는 배제가 되고, 섬 관련 연구, 학계, 포럼 등 유관단체 위주로 섬의 날이 진행됐다. 이는 섬의 날 제정의 목적과 의미, 행정 절차를 무시한 처사다. 

더구나 정부 출연기관인 한국섬진흥원은 설립 목적과 정관에서 밝혔듯이 섬의 날의 주체가 아니며 지원, 협조, 협의체로서 섬주민의 소득증대와 복지향상,  섬의 가치와 비전 제시를 위해 연구하는 기관이며 반드시 섬주민 참여를 전제로 해야 하는 기관이다. 

이 모든 것이 뒤틀어진 행정 절차와 무시로 정작 섬 주민 없는 섬의 날이 여러 해째 반복되고 있다. 섬의 날 제정 목적과 취지에 맞게 지금이라도 행사에 대한 개념을 정상화 시키고 반드시 섬 주민 위주로 진행해야 한다.

섬의 날 행사 내용에서도 문제점이 많으며 너무나 진부한 의례적인 기념행사로 전락한 느낌이다. 

전국 섬 주민-섬 역사-섬 문화-섬 전통-섬 특성 등을 발굴 복원하고, 섬 주민의 애로사항을 개선해 섬 주민도 대한민국 국민으로 기본권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국 480여 개 유인도 섬 주민과 2,500여개 무인도의 소개, 소통과 교류를 통해 연대감을 조성하고 새로운 대한민국 섬 문화를 창출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가기념 행사가 흔한 지역 행사처럼 연예인 출연, 정치인, 관료 소개 인사 등에 치우쳐 섬 주민도, 섬 주민을 생각하는 취지도 없는 ‘영혼 없는 기념식’으로 전락했다. 일정도 행사 취지도 섬 주민들에 대한 배려가 없어 섬의 날에 참가하거나 다가서기 어려운 이질적 문화 행사로 외면을 하게 됐다. 섬 주민의 관심이 없는 남의 행사가 되고 말았다.

섬 포럼도 마찬가지다. 섬은 교통 및 지리적 어려움, 기상에 따른 생업으로  섬 주민들 끼리도 모여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런 점을 착안해서 섬의 날 이전, 이후 섬 현장을 방문하는 소위 ‘찾아가는 미니 간담회’나 포럼을 개최해  학자, 연구인, 활동가들이 섬주민의 애환을 들어야 한다. 

 너무나 구태의연하고 고리타분한 섬의 날 행사 프로그램으로는 섬사람들의 참여를 요구하기 어렵다. 설령 참여 한다해도 ‘꿔다 놓은 보리자루’같은 처지가 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하여 섬 주민의 호응을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입장을 고려해 섬의 날 행사에 대한 개념과 운영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할 것이다.

모름지기 섬의 날 섬 행사는 철저히 섬 주민을 주체로 전국 섬권역별 섬 문화와 역사 교류가 있어야 할 것이며, 가장 먼저 섬의 날 기념일 변경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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