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희
버려진 지게로 메꽃이
뻗어가더니
이내 이마를 짚고
부러진 다리를 감싼다
고구마순도 볏짚도
산 그림자도
더는 져 나를 수 없는
무딘 등을 쓸어내린다
지게의 혈관이 되어
온 몸을 휘돈다
한 쪽 팔을 높이 치켜들고는
지게의 뼛속까지 똑똑
햇살을 받아내고 있다
산비탈 마당가
메꽃과 지게는
하나의 심장으로 살아간다
반신불수의 지게에서
메꽃, 핀다
흰 밥 수저 가득 떠서
아, 하고 먹여주는 늙은 입과
아, 하고 받아먹는 늙은 입이
활짝 핀 메꽃이다.
완도군민신문
webmaster@wandostory.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