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은희

 

버려진 지게로 메꽃이

뻗어가더니

이내 이마를 짚고

부러진 다리를 감싼다

고구마순도 볏짚도

산 그림자도

더는 져 나를 수 없는

무딘 등을 쓸어내린다

지게의 혈관이 되어

온 몸을 휘돈다

한 쪽 팔을 높이 치켜들고는

지게의 뼛속까지 똑똑

햇살을 받아내고 있다

산비탈 마당가

메꽃과 지게는

하나의 심장으로 살아간다

반신불수의 지게에서

메꽃, 핀다

흰 밥 수저 가득 떠서

아, 하고 먹여주는 늙은 입과

아, 하고 받아먹는 늙은 입이

활짝 핀 메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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